엄마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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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잃어버리고 자주 생각했어.
나는 엄마에게 좋은 딸이었나?
나는 내 아이들에게 엄마가 내게 해준 것처럼 할 수 있나.
한 가지는 알아.
나는 엄마같이 못해. 할 수도 없어.
나는 내 아이들 밥 먹이면서도 자주자주 귀찮아.
아이들이 내 발목을 붙잡고 있는 거같이 느껴져서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
내 아이들을 사랑하고 이 아이들을 진짜 내가 낳았나? 싶어 감격하지만 나는 엄마처럼 인생을 통째로 아이들에게 내맡길 순 없어.
나는 상황에 따라 내 눈이라도 빼줄 수 있을 것처럼 굴지만 그렇다고 엄마처럼은 아니야. 셋째가 어서 크기를 바라고 있지. 아이들 때문에 내 인생이 정체되고 있다고 생각할 때도 많아. 나는 셋째가 조금만 더 자라면 놀이방에 보내거나 사람을 구해 아이를 맡기고 내 일을 할 거야. 그럴 거야. 내 인생도 있으니까.
이런 나를 깨달을 때마다 엄마는 어떻게 그리할 수 있었는지 엄마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엄마가 우리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건 엄마 상황에서 그렇다고 쳐.
그런데 우리까지도 어떻게 엄마를 처음부터 엄마인 사람으로 여기며 지냈을까.
내가 엄마로 살면서도 이렇게 내 꿈이 많은데 내가 이렇게 나의 어린 시절을, 나의 소녀시절을, 나의 처녀시절을 하나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데 왜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인 것으로만 알고 있었을까.
엄마는 꿈을 펼쳐볼 기회도 없이 시대가 엄마 손에 쥐여준 가난하고 슬프고 혼자서 모든 것과 맞서고, 그리고 꼭 이겨나갈밖에 다른 길이 없는 아주 나쁜 패를 들고서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몸과 마음을 바친 일생이었는데. 난 어떻게 엄마의 꿈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을까.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창작과 비평사, 2008. p261-262)
댓글목록

추억닷컴님의 댓글
익명 작성일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