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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 속에서 경험한 따뜻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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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작성일 1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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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말, 당시 제가 살고 있던 텍사스 휴스턴 옆에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즈에 태풍이 심하게 와서 엄청난 피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루이지애나주를 지나간 태풍보다 2~3배나 강한 태풍이 곧 휴스턴을 통과하게 될거라고 했습니다. 비가 오지 않더라도 바람이 너무 심해서 정전, 단수, 그리고 유리창이 다 깨지고 건물이 무너지고 그렇게 될꺼라고 했습니다. 

마트에 가면 마실 물이 없고, 빵이니 먹을 식량들이 동이 난 상태였습니다. 건전지도 동나고 부탄가스나 양초들이 바닥나고, ATM기계에는 현금들이 동이 나고 그야말로 전시상황이었습니다. 
공항은 이미 폐쇄된 상태였고, 북쪽으로 대피하려는 차들이 도로를 주차장으로 만들어버리고 있었습니다. 

TV에서 ‘도시를 탈출하라(evacuate the city)’ 라는 경고를 계속 내보내고 있었습니다. 학교도, 회사도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문닫은 마트도 많은데 그나마 연 곳은 주차할때가 없고 막상 들어가려니 줄서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사람들이 난동 피울수 있어서 군인들이 총들고 서있는 월마트도 있다고 했습니다. 기름이 없는 주유소도 많았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태풍이 오기전에 서로 싸우고 잘못하면 폭동이라도 나겠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태풍이 바로 내일밤에 휴스턴을 관통한다는 뉴스를 보면서 이러다 죽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습니다. 어디로 도망갈 생각도 하지 못한채 TV를 보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음식 준비도 못하고 물도 받아놓지 않은채로 그저 멍했습니다. 


그때 새벽 1시쯤 동산(우리 교회의 ‘다락방’)식구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지 않느냐 우리집에 먹을 것이 있다. 무서우니 함께 있자고 했습니다. 거절했는데 계속 전화가 왔습니다. 그러지 말고 함께 모여있자고. 다른 가족도 와있다고 했습니다. 무서운 마음에 옷가지와 중요한 물건들을 챙기고 그 집으로 갔습니다. 


세 가족이 한지붕에 있었습니다. 유리창 깨질거 대비해서 테이프도 함께 붙이고, 이불이며 잠자리를 거실에 모아놓았습니다.이야기하며 함께 먹으며 있자니 덜 무서웠습니다. 
비가 거세게 오고 바람소리도 심하게 들렸지만 함께 있으니 왠지 든든했습니다. 서로를 위해 짧게 기도도 하고, 도란도란 살아온 이야기하면서 태풍이 관통한다는 그 밤 거의 잠을 자지 못한채 날을 샜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날 태풍은 휴스턴을 빗겨갔습니다. 

태풍 속에 어디 안 가고 모여있던 사람들은 괜찮았는데 오히려 도망간다고 멀리간 사람들은 다시 돌아오느라고 고생했습니다. 태풍온다는 소문때문에 아수라장이 되는걸 목격해야 했고, 두려움에 벌벌떨었던게 무섭고 싫었지만 하늘이 무너진다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는데 그 순간에 함께 하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있다는 사실에 너무도 감사했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그 휴스턴 가족들 생각을 하면, 가슴 한켠이 따뜻해집니다. 

매순간 전쟁터 같고 끊임없는 고민과 걱정,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는 나에게 하나님은 

내 안에 거하라, 내가 너에게 생명의 양식을 주겠다. 평화를 주겠다. 나와 함께 있자 

고 말씀하시는 듯 합니다. 

아무리 무서운 상황이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피하지 말고 잠잠히 있으라, 기도하라 


라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가끔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그때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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